전·월세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정부의 설명이 무색하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전·월세 통계가 나왔다.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 상승률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이다. 전세 물량이 급감한 영향으로 임차인의 협상력이 떨어지자 결국 가장 기피하는 거주 형태인 월세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떠안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대란이 월세대란으로 본격적으로 옮겨붙었다고 진단했다.
22일 KB국민은행의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1.2로 8월 100.4에 비해 0.8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1월 월세지수를 100으로 산정해 흐름을 살펴보는 이 지수는 2015년 12월부터 집계를 시작했다. 올해 9월이 되기 전까지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변동폭이 0.1포인트를 넘긴 적이 없었다. 2016년 7월 99.9에서 8월 99.7로 0.2포인트 떨어진 게 전부다. 0.8포인트의 변동률을 보였다는 건 월세 시장이 이전과는 구조적으로 달라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 이 통계에서 지수가 101을 넘긴 것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이런 월셋값 상승은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지난 7월 말 이후 본격화됐다. 지난해 12월(99.9) 대비 월세지수 상승률은 1월부터 7월까지 0.4%를 넘지 못하다가 8월 0.52%, 9월 1.31%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1%대 상승률도 사상 최초다. KB 아파트 월세지수는 중형(전용면적 95.9㎡) 이하 아파트를 대상으로 조사하며, 표본 조사로 집계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기적으로 보면 임대차 3법의 영향이 바로 나타난 것"이라며 "임대차 3법 외에도 전·월세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니 나오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요가 많은데 공급이 없으면 '정상가격'이라는 게 없다"며 "협상 가격이 곧 가격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월세 상승은 전·월세 상승과 맞물려 있다"며 "한국은 먼저 전세를 정하고 나서 월세 전환율을 결정하는 구조라 전세금이 올라가면 반전세를 비롯해 전체 임대료가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파트값 급등이 전셋값 급등으로 이어지고 결국 월세 상승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셋값을 끌어올린 전세금 상승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015년 4월 셋째주(0.23%) 이후 5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르며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날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월 셋째주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전주 대비 0.21% 올랐다. 전국 매매가격도 0.12% 상승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전세금은 지난주와 동일한 0.08% 상승률을 기록하며 69주째 올랐다. 전세 수요가 높은 송파구(0.11%), 강남구(0.10%), 서초구(0.10%), 강동구(0.10%) 등은 지난주에 이어 전세금이 올랐다.
매매가도 좀처럼 내리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신규 분양 물량 감소와 상대적 전세 물량 부족 등의 영향으로 9억원 이하 단지나 소형 평형 위주로 거래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해석했다. 서울은 9주째 0.01%의 상승률을 유지했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