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발표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대선주자도 아닌 윤석열 검찰총장이 1위로 치고 올라오면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의 양강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윤 총장이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한 것은 처음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오차범위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총장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24.7%로 가장 높았다.
이 대표는 22.2%를 얻어 오차범위 내에서 뒤졌고, 이 지사는 18.4%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이어 무소속 홍준표 의원 5.6%,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4.2%,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 3.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윤 총장은 지난해 불거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과 맞서면서 ‘정치인 윤석열’로 급부상했다. 추미애 법무장관과의 정면 충돌도 윤 총장의 존재감을 키운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장에서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작심발언을 쏟아낸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윤 총장은 지난달 23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며 추 장관에 직격탄을 날렸다. 직후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2576명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17.2%를 얻어 21.5%를 얻은 이 대표와 이 지사를 바짝 뒤쫓았다.
이른바 여권의 ‘윤석열 때리기’가 계속될수록 윤 총장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게 다 추미애 덕”이라고 썼다.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중도층과 보수층의 지지율이 높았다. 거대 여당의 독주와 오만한 국정운영에 대한 중도층의 견제 심리와 야권 내 뚜렷한 대선주자를 찾지 못한 보수층의 반문재인 여론이 ‘윤석열 현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총장 지지도는 국민의힘 지지층(62.0%)에서 가장 높았다.
국민의당 지지층(31.9%)과 무당층(23.7%) 등에서도 높았다. 반면 정의당(13.9%)과 민주당(4.8%) 지지층에서는 낮았다. 지역별로도 부산·울산·경남(30.4%)과 대구·경북(27.3%)에서 높았고, 윤 총장 연고지로 알려진 충청권 지지율은 33.8%로 가장 높았다. 반면 호남은 7.3%로 가장 낮았다.
인천·경기에서 26.4%, 서울은 22.0%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31.8%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인 반면 진보 색채가 강한 30대와 40대는 19.6%, 18.4%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대 25.5%, 50대 24.4%, 30대 19.6%, 40대 18.4% 순이었다.
‘윤석열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정치경험이 전무한 인사가 대선주자로 나서 청와대로 직행한 사례가 없다. 고건 전 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다 대선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중도 하차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