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 조달액 294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액인 350억 달러에 달하는 IPO를 진행했던 앤트그룹이 계획이 무한정 연기되었다.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장이 중국 금융 규제 당국의 결정으로 잠정 중단되었다. 재상장을 추진하면 최장 6개월의 시간이 걸린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올해 상장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마윈은 앤트그룹의 주식은 가지고 있지 않으나 50%를 넘게 보유 중인 항저우 원보가 앤트그룹의 지분 중 다수를 가지고 있어 실상 마윈이 앤트그룹을 소유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중국의 금융 규제 사각지대 성장했는데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을 위해 핀테크에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앤트그룹은 중국 대표 전자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운영하면서 소액 대출,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 등을 통해 많은 수익을 냈다. 은행의 대출을 받지 못하는 소액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수익을 남기는 방식을 취해 1인당 1위안의 수익을 목표로 해 수 억 명의 소비자들을 고객으로 둬 규모의 경제를 완성했다. 위어바오는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등을 공략해 3억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앤트그룹은 상장을 앞두고 사명을 앤트파이낸셜에서 앤트그룹으로 변경했다. 금융 업종의 규제를 피하고 기술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을 취한 것이다. 유안타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앤트그룹은 디지털결제부문 수익 비중이 2017년 이후 하락했지만 신용기술 서비스의 빠른 발전으로 디지털 핀테크 플랫폼 서비스의 수익비중이 60% 이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앤트그룹을 비롯한 중국 핀테크 기업의 성장으로, 금융 당국은 관리 감독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 금융 당국은 지난 9월 중순 금융회사를 소유한 일반 기업에 대한 새로운 규제안을 발표하고, 앤트그룹 같은 비(非) 금융회사가 금융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위험 요소를 관리하기로 했다.
또한 앤트그룹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잡음을 많이 냈다. 특히 지난달 중순에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가 앤트그룹 공모주 펀드와 관련한 조사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5개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9월 말부터 공모주 펀드를 판매했는데 앤트그룹의 알리페이를 통해 판매된 점이 문제가 됐다.
증감회가 이달부터 실시한 펀드 관련 법에 따르면 자산운용사가 다른 사업과 연계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이익 상충’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이번 공모주 펀드 판매가 규정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거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핀테크 기업인 앤트 그룹을 수출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중국 금융 당국은 지난 10월 21일 공고를 내고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앤트그룹의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스타마켓) 등록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시 앤트그룹의 상장이 순조롭게 흘러가나 했다. 하지만 마윈 창업주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外灘)금융서밋에서 한 연설이 결정적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마윈은 중국에서 내놓으라는 금융 엘리트와 거물들이 모인 자리에서 중국 금융 당국이 ‘위험 방지’를 이유로 지나치게 보수적인 감독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의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앤트그룹 상장을 용인했으나 이 발언은 그동안의 노력을 무산시켰다. 이후 당국자들은 핀테크 영역을 포함한 금융 위험 통제를 최우선 정책 순위에 놓겠다는 입장을 잇따라 피력했다. 급기야 지난 2일엔 마윈을 비롯해 징셴둥(井賢棟) 회장, 후샤오밍(胡曉明) 총재를 소환해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회의에는 증권감독위원회, 인민은행 등을 비롯해 4대 금융당국이 모두 모인 만큼 그 심각성을 보여줬다.
결국 중국 정부는 며칠 후 전격적으로 세계 최대 IPO인 앤트그룹의 상장을 연기시켰다.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동시 상장 일정을 48일 앞두고 서다. 한마디로 ‘괘씸죄’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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