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든 유형의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는 안을 내놨다. 집이 한 채뿐인 연금생활자 등의 세 부담도 대폭 커질 수 있다.
고가 주택은 현실화율이 높은 상태로 모든 주택이 90%라는 목표에 도달하려면 중저가 주택의 현실화율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수 밖에 없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부동산 관련 세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산정 등에도 영향이 미친다. 상대적으로 저가 주택을 가진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국토연구원은 27일 공청회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 개선안을 내놨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토지 등 모든 유형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시가의 80~100%까지 맞추는 내용이다. 현재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토지가 65.5%, 단독주택은 53.6%,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69.0%다. 국토교통부는 전문가 토의를 거쳐 최종안을 로드맵으로 확정할 방침이다.
이 방안은 국토부의 용역을 받아 연구를 진행한 국토연구원의 연구 결과로 복수의 안이 제시돼 확정적인 내용은 없지만 현실화율을 90%까지 통일시키되 유형별, 가격대별로 목표 도달 속도와 시점을 달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여당은 모든 부동산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90%로 올리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혀 향후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해 말 부동산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을 통해 시세구간별로 현실화율 목표치를 70~80%로 나눠 잡았다. 최종안이 나오면 이보다 목표 수치가 5~10%포인트씩 더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시세 36억원 수준의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아파트 한 채의 보유세는 기존보다 46% 넘게 급증할 수 있다. 이 단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현재 80% 수준으로 올해에는 보유세가 1326만원이었는데, 현실화율이 90%로 오르면 1942만원까지 상승한다.
중저가 주택을 보유한 집주인들의 세 부담도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든 주택에 현실화율을 동등하게 적용하면서 중저가 부동산의 공시가격이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어서다. 정부가 최근 수년간 고가주택의 현실화율을 급격히 높이면서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현실화율 90%에 신속하게 도달할 수 있는 반면 9억원 이하 주택은 매년 공시가격 상승률을 높게 책정해야 목표치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형평성 논란을 줄인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공시가격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노령연금 재건축 부담금 등 60여 개 각종 세금과 부담금을 매기는 기준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뛰는 세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재산세율 인하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상은 6억원 이하로 제한할 방침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 있다.
댓글